살아있는 것이 다행이다.
지난 토요일 아는 형님이 교통사고로 입원한, 창원에 있는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 살다가 창원으로 이사간지 얼마 안 되어,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도중에 거의 전신마비가 될 뻔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형님은 본인의 승용차를 몰며 고속도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달리는데 구간단속구간이라 90km/h를 유지하며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차가 와서 충돌했는데 뒷차의 속도는 160km/h가 넘었답니다.
사고당시 지인은 정신을 잃었고 차는 아래 보이듯이 당연히 폐차가 될 정도로 부서졌습니다.
이 사고로 형님은 경추와 갈비뼈 그리고 흉추가 부러졌습니다. 살아 있는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뒤에 바로 가보려 했지만 면회도 안되고 몰골이 말이 아니라고 다음에 보자고 해서 거의 한 달이 다 된 지금 창원까지 찾아갔습니다.
쪼꼬미 엄마와 병원에 도착하니 형님은 미리 지하식당에 휠체어를 타고 나와서 앉아 있었네요.
물론 이미 전화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지만 막상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일단 그 정도 사고에 살아 있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휠체어에 앉아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뒤에서 사고를 낸 차량은 졸음운전이라 본인이 160km/h로 달리는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또, 책임보험만 들었고 운전자보험을 들지 않은 상태였고 그것도 본인 차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 보험회사에서는 4000만 원까지만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형님은 사고 났을 때 머리를 부딪혔는지 머리 뒤쪽을 다쳤고 그렇게 흘러나온 피가 시트를 적셨다고 하네요. 이 후 병원에 와서 보니 하반신을 아예 못 쓰는 상태였고 갈비뼈와 흉추를 다쳐 숨을 제대로 못 쉬고 말을 어눌하게 하고 목뼈를 다쳐 목을 돌리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갑자기 처한 현실에 죽고싶었답니다. 당장 아이가 태어나 아빠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하반신 마비라니요.
몇 번을 죽고 싶었는데 움직일수가 없으니 죽을 수도 없었다네요.
누워 있는데 깨진 유리 위에 누워 있는 것 같고 신경이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엄청나게 아프다는(CRPS) 신경손상통증 때문에 가슴 쪽을 움직일 수가 없답니다.
병원 정말... 오면 안돼!
병원에 있으니 여러 상황을 겪게 되었는데요. 일단 60대 간병인을 쓰는데 5-6번 같은 이야기를 해도 잘 못 알아들으셔서 답답하답니다. 경추가 부러졌는데 일으켜 세울 때 머리를 잡고 올릴 때는 정말 욕이 나왔다고 하네요.
그래도 다른 간병인보다는 짜증 내지 않아서 다행이랍니다. 다른 간병인들은 귀찮다고 싫은 티 내고 심심찮게 욕도 한다고 합니다.
밤 되면 안 그래도 아파서 잠을 못 자는데 여기저기서 가래 끓는 소리에 가래 빼는 소리 아프다고 아우성에 더 잠을 못 잔다고 하네요.
밥을 먹는데 누워서 먹으니 죽을 떠서 입에 넣으면 줄줄 샙니다. 너무 짜증 나서 불평을 했더니 옆에서 스무 살 어린 청년이 "거 참 말 많네!" 하더랍니다.
너무 화가 나서 "너 이 자식 죽고 싶냐" 하면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이게 쉽게 일어나 지나요...
그 청년의 어머니가 뛰어와서 계속 미안하다고 했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그 젊은 청년은 건강해서 ROTC로 장교가 되려고 했는데 어느 날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가 버스가 돌면서 이 청년의 발을 밟아서 청년은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박고 두개골이 함몰되었답니다.
그 이후로 병원에 왔는데 머리를 다쳐서 계속 헛 것이 보이고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합니다.
소변도 제대로 못 봐서 소변줄을 차는데 이것도 오래 차면 소변줄로 인해 세균감염이 될 수도 있다고 하네요. 간호사도 5년 차 이하면 제대로 믿을 수가 없다고 하네요. 형수님이 간호사가 오염된 소변줄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 허걱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형수님은 임신 중이고 출산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형님은 죽고 싶었지만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재활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직 충분히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억지로 억지로 걸었답니다. 일어서는 것 자체가 기적 아닌가요?
아직 오른 다리는 움직일 수 있지만 감각이 없고 왼쪽다리는 마비가 있어 제대로 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땀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해 걷는다고 합니다.
사고 현장 수습을 한 경찰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경찰이 깜짝 놀라면서 최소한 3개월은 있어야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전화통화를 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답니다. 그 경찰이 운전석에서 피 흘리며 있던 형님을 꺼내주었거든요.
그런 사고에서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라고 합니다.
180cm에 90kg 넘었던 몸이 10kg가 빠져 핼쑥해졌습니다. 아직도 상대 운전자에 대한 분노와 살려주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계속 번갈아 머릿속에서 맴돈다고 하네요.
"다 필요 없고 그놈이 내가 겪은 것 똑같이 겪으면 좋겠어..."
아이고... 그 사고를 낸 운전자는 아직도 전화 한 통 없다고 합니다.
서울에 돌아오는 길은 멀었지만 그래도 전화상으로 말도 어눌하게 하고 하반신을 전혀 못 쓸 줄 알았던 형님이 이제는 말도 어느 정도하고 조금이나마 일어서서 걷는 모습을 봐서 너무 감사하고 보람 있었습니다.
하루속히 회복이 되어 아이를 잘 돌봐줄 수 있는 아빠가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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