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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이은경 선생님 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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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관찰자

 

우리는 다정한 관찰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이가 수학문제가 이해 안 된다고 할 때, 내가 대신 문제를 풀고 아이에게 답을 불러 주며 적으라고 한다. 아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상황에 따라 적절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지만, 아이의 할 일을 대신해 주거나 먼저 나서서 돕기보다는 스스로 해볼 시간과 기회를 주는 부모유형.
아이에게 닥친 곤란한 상황을 세심하게 파악하기 위한 아이의 느린 노력과 긴 과정을 응원하며, 그런 아이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최소한의 조언과 무한한 격려를 보낸다. 아이를 힘들게 하는 사람, 상황을 발견하더라도 그것들을 재빠르게 제거해 주기보다는 관계를 풀어내는 경험, 상황을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에 무게를 둔다. 

 

 

이은경 쌤의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라는 책을 읽었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두 아이의 엄마, 특히 느리게 배우는 둘째를 둔 엄마의 일기장 같은 느낌이었다. 

마음속에서 복잡하게 일어나는 생각의 조각들이 실개천 물이 돌들을 품지만 거치지 않고 지나가듯 지나간다.

 

일기장 속의 글은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터인데, 이 글은 친구에게 좀 봐달라는 마음이 너무 들어있다. 

 

"내 마음은 이런데, 너는 어떠니?"

 

작가도 초등학교 선생님이었기에 누구보다 아이를 기르는 엄마를 이해하는 마음이 있기에 아이 때문에 속상해하는 엄마를 생각하면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아이 문제가 자기 탓인 것 같다며 티슈를 흠뻑 적시는 엄마들을 보고 있으면 눈물을 참아낼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둘째 아이때문에 엄마로서 학교에 찾아간 날,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엉엉 울었는데 그 선생님도 같이 눈물을 쏟았다. 

작가는 계속 독자에게 묻는다. 나는 이런 엄마인데, 너도 그렇지?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성숙해지고 모든 것을 잘 견디고 슈퍼맨 같은 사람이 될 것 같았는데 어른이 되어도 내가 아직도 아이 같음은 왜일까?

우리 아이와 한 가지 다름은 경험이 좀 많다는 것. 살짝 넘어져 울음이 나오는 아이에게 "괜찮아. 그 정도는 시간 좀 지나면 괜찮아져. 내가 넘어져 보니 별거 아니더라." 정도 말 할 수 있는 아이가 된 느낌이다.

 

우리 아이는 나보다 좀 나은 삶을 살았으면...

 

모든 엄마들이 그럴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엄마들은 더. 그러기에 학원비에 쓸 돈이 있으면 노후 준비에 쓰고 애한테 돈으로 물려주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학원에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엄마가 된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쪼꼬미를 보면 이 책에 나온 것처럼 교육에 열을 내야 하나 싶다.

'굳이 어느 학원, 강남 어디, 명문대를 거쳐 대기업 코스를 밟아야 하나. 한국이 아니면 해외로 나가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거지 뭐.'

이렇게 생각이 든다는 건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그렇겠지.

 

이은경 선생님도 그렇게 자식 교육에 열을 올려 친구에게 이야기했을 때 친구의 답변은 이러했다.

"너는 왜 기어이 아들을 서울대에 보내려고 하는 거야? 서울대에 간다고 애 인생이 행복해지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까지 애를 쓰는 거야?"

그렇게 말했던 친구가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들어서며 그 친구의 눈이 돌아 (?) 버렸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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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주의 한국사회에서 힘든 엄마들

 

고려대 허태균 교수는 한국인의 특성에 대해 여러 가지 말했다. 그중에 하나 한국인들의 특징은 관계주의라고 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속한 그룹에서 조금이라도 나아야 존재감이 드러날 수가 있다.

아름다운 가을 황금별판의 벼 한 톨같이 살고 있다고 느끼는 우리네 엄마들은 우리의 아이들이 스페셜 울트라 최고급 트리플 A 등급의 쌀 알이 되면 좋겠다. 그러면 내 존재감이 드러나게 되겠지.

 

"어머 쪼꼬미는 어쩜 책을 잘 읽어요? 어쩜 그렇게 스스로 공부를 하려고 하지요?"

 

그런 질문은 너무 반갑지만 너무 좋아하면 안 된다. 준비된 무표정을 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그러게요..." 해야 한다. 

그리고 좋음도 잠시... 강남의 어느 초등학생들은 미적분을 푼다는 말에 한숨지어야 한다. 

 

이은경 선생님의 가족은 부푼 희망을 품고 집 팔고 캐나다로 떠났었다. 그곳에서 은경 선생님은 마음의 평화를 누렸다. 한국인이 없으니 비교 대상이 없었고 그것은 천국을 의미했다. 그런데 아이가 한국인이 있는 중학교에 가면서 마음의 평화는 지옥이 되었다. 

 

아이들도 (나를 지켜보는) 다정한 관찰자다

 

택시 아저씨가 이은경 선생님에게 한 이야기다.

 

"애가 거의 꼴찌로 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열심히 벌어서 학원비 대주고 본인도 열심히 하더니 결국 한양대 공대에 떡하니 붙었어요. 중학교 때까지 생전 공부 한 번 안 하던 놈이 갑자기 왜 공부를 시작했는지 지금도 나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엄청나게 열심히 하긴 했는데, 안하던 놈이 하니까 성적이 막 팍팍 올라가더라고요..."
아빠가 새벽 두 시까지 택시를 모느라 퇴근하지 못하는 밤, 아들은 그런 아빠의 하루를 다정하게 관찰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 쪼꼬미도 엄마가 책 읽는 것 아빠가 성경 읽는 것을 보고 있다. 엄마, 아빠가 치열하게 싸우는 것도 많이 봤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다정한 관찰자"가 된다는 말은 어쩌면, 내가 그래도 아이보다는 어른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인식하는 과정인 것 같다. 내가 아이보다 어른이라는 것을 잊는 순간, 난 아이와 같은 아이가 되어 그 아이와 싸우고 있다. 

"넌 나 같은 아이가 되지 말아라" 하면서 끊임없이 아이를 가르치려 하다가 "아차, 넌 나같은 아이가 되면 안 돼. 너는 어른이 되어라." 하는 과정.

그 반복되는 일상에 우리 엄마, 아빠들도 황금벌판의 벼처럼 익어간다. 아이들도 어른이 되어가는 엄마, 아빠를 보며 여름날의 벼처럼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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