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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김정운의 소통의 심리학 3부] 남의 말 끊는 사람, 회사의 암적 존재다 |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

남의 말을 자꾸 끊는 사람은 왜 소통하기 어려울까?

 

 

사람들은 말을 잘하는 사람을 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막힘없이 이야기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질문을 받으면 곧바로 대답하는 사람이 소통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실제 대화에서 더 중요한 능력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말해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알고, 상대방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입니다.

대화는 혼자 달리는 경주가 아닙니다.

한 사람이 말하면 다른 사람이 듣고, 상대가 말을 마치면 이번에는 내가 반응합니다. 이렇게 서로 차례를 주고받으면서 생각과 감정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계속 다른 사람의 말을 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화의 흐름만 끊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말을 하던 사람은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게 아니라”라는 말이 대화를 멈추게 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부모에게 이야기합니다.

“아빠, 오늘 쉬는 시간에 친구가 내 연필을 가져갔는데…….”

아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아빠가 끼어듭니다.

“네가 평소에 물건을 아무 데나 두니까 그렇지.”

아이는 다시 말합니다.

“아니, 책상 위에 뒀는데 친구가…….”

“그러니까 이름을 써 놓으라고 했잖아.”

아빠의 말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건에 이름을 써 두는 것은 좋은 습관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연필 관리 방법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친구가 허락 없이 물건을 가져가서 당황했던 마음, 돌려 달라고 말하지 못했던 답답함, 친구와 사이가 나빠질까 걱정했던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중간에 결론을 내려 버리면서 아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사라집니다.

아빠는 해결책을 알려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아빠는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부터 아이는 학교에서 문제가 생겨도 이야기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부모가 말을 끊은 순간, 단순히 문장 하나가 잘린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설명할 기회도 함께 잘린 것입니다.

 

말을 끊는 것은 상대방의 존재를 지우는 행동이 될 수 있다

 

누군가의 말을 끊는 사람은 대개 자신이 더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

“결론부터 말해.”

“그건 내가 이미 해 봤어.”

“네가 잘 몰라서 그래.”

상대방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같은 사건을 경험했더라도 사람마다 느낀 감정과 해석은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시험에서 80점을 받았다고 해 봅시다.

부모는 “공부를 덜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아는 문제를 실수해서 속상할 수도 있고, 지난번보다 점수가 올라서 기쁠 수도 있습니다. 시험 도중 배가 아파 집중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점수는 하나지만 그 점수에 담긴 이야기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해석할 권리를 빼앗는 것과 비슷합니다.

“내가 네 마음을 너보다 더 잘 알아.”

이런 태도가 되는 것입니다.

진정한 소통은 상대방의 말을 미리 알아맞히는 능력이 아닙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잠시 내려놓고, 그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기다리는 능력입니다.

 

아이들은 대화의 차례를 어떻게 배울까?

 

아주 어린아이와 부모의 대화를 살펴보면 특별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기가 “아아” 하고 소리를 내면 엄마가 대답합니다.

“그랬어?”

엄마가 말을 마치면 아기가 다시 옹알이를 합니다. 엄마는 아기의 소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또 반응합니다.

아직 단어와 문장이 없는 아기와도 서로 순서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엄마가 물어봅니다.

“오늘 누가 왔었지?”

아이가 곧바로 대답하지 못해도 엄마는 잠시 기다립니다.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소리를 내면 그 반응을 받아 줍니다.

“할머니가 오셨구나.”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중요한 규칙을 배웁니다.

‘내가 표현하면 누군가 기다려 준다.’

‘상대방이 말할 때는 나도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차례를 주고받으며 이야기한다.’

대화의 순서를 주고받는 능력은 학교에서 발표 수업을 시작하면서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와 아이가 눈을 맞추고, 아이의 서툰 말을 기다려 주고, 서로 반응하는 일상 속에서 자랍니다.

아이가 말을 더듬거나 표현을 찾지 못한다고 대신 말해 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혼냈다는 거지?”

“친구가 네 장난감을 빼앗았구나?”

부모의 추측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계속 문장을 완성해 주면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구성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천천히 말해도 괜찮아.”

“아빠가 듣고 있어.”

이런 기다림 속에서 아이는 생각을 정리하고 말로 표현하는 힘을 키웁니다.

 

대화는 정보를 주고받는 일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는 일이다

 

우리는 대화를 정보 전달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한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말로 전달하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좋은 대화에서는 처음부터 완성되어 있던 생각만 오가지 않습니다.

상대방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아이가 묻습니다.

“아빠, 개미는 왜 줄을 서서 가?”

아빠가 곧바로 인터넷에서 정답을 찾아 알려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아이와 함께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게. 앞에 있는 개미를 따라가는 걸까?”

“냄새를 맡는 것 아닐까?”

“그럼 우리가 길을 막아 놓으면 어떻게 할까?”

아이와 아빠는 함께 개미를 관찰합니다. 개미가 방향을 바꾸는 모습도 보고, 다른 개미가 같은 길을 따라오는 것도 봅니다.

처음에는 두 사람 모두 정확한 답을 몰랐지만 질문을 주고받고 관찰하면서 생각이 만들어집니다.

이것이 함께 생각하는 대화입니다.

부모가 항상 정답을 알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빠도 잘 모르겠어. 우리 같이 생각해 보자.”

이 말은 부모의 권위를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는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질문하고 탐구하는 태도를 배웁니다.

좋은 대화란 한쪽이 지식을 전달하고 다른 쪽이 받아 적는 시간이 아닙니다.

서로의 생각이 만나면서 처음에는 없었던 새로운 생각이 생기는 시간입니다.

 

함께 생각하려면 함께 느껴야 한다

 

사람은 생각만 공유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웃고, 안타까워하고, 놀라고, 긴장합니다.

친구가 운동회에서 있었던 일을 신나게 이야기하는데 상대방이 계속 무표정하다면 말하는 사람도 점점 흥미를 잃게 됩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눈을 크게 뜨며 묻습니다.

“정말 네가 마지막에 역전한 거야?”

친구는 더 신이 나서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상대방의 반응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가게 하는 힘이 됩니다.

아이와의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그림을 들고 왔을 때 부모가 “잘 그렸네”라고만 말하면 대화가 금방 끝납니다.

하지만 그림을 함께 바라보며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어디로 가고 있어?”

“여기에 있는 파란색은 바다야?”

“이 친구는 왜 혼자 서 있어?”

부모의 질문을 들은 아이는 그림 속 이야기를 새롭게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할머니 집에 가는 거야.”

“파란색은 비가 오는 하늘이야.”

“이 친구는 길을 잃어서 슬퍼.”

아이는 부모와 이야기하며 자신도 몰랐던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부모가 가르친 것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함께 느끼면서 의미가 생긴 것입니다.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능력

 

아이는 부모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봅니다.

“저기 강아지 봐.”

부모가 손가락으로 강아지를 가리키면 아이는 손가락 끝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강아지를 봅니다. 그리고 다시 부모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엄마도 저 강아지를 보고 있구나.’

두 사람이 같은 대상을 바라보며 관심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시선이 같은 방향을 향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우리는 같은 것을 보면서도 상대방이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살핍니다.

박물관에서 아빠와 아이가 공룡 뼈를 함께 바라봅니다.

아빠는 공룡의 크기에 놀랄 수 있고, 아이는 날카로운 이빨을 보고 무섭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은 공룡을 보지만 각자 보는 것은 다릅니다.

이때 아빠가 자신이 아는 지식만 계속 설명한다면 두 사람은 같은 장소에 있어도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공룡은 육식 공룡이고 백악기에 살았어.”

설명도 필요하지만 아이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쪼꼬미는 어디가 제일 신기해?”

“이빨이 너무 커. 사람도 먹었을까?”

이제 아빠는 아이가 바라보는 공룡을 함께 보게 됩니다.

함께 본다는 것은 단지 동일한 물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그 대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아가는 것입니다.

 

리더가 어디를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여러 사람이 길을 걷다가 한 사람이 갑자기 하늘을 올려다보면 주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하늘을 바라보게 됩니다.

“무슨 일이 있나?”

“하늘에 뭐가 있나?”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따라가는 성향이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부모가 무엇을 바라보는지가 중요합니다.

부모가 늘 시험 점수와 등수만 바라보면 아이도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배웁니다.

“몇 점 받았어?”

“반에서 몇 등이야?”

“누가 제일 잘했어?”

반대로 부모가 아이의 노력과 호기심, 친구와의 관계를 바라본다면 아이도 다른 기준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제일 재미있었어?”

“전보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뭐야?”

“친구하고 함께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어?”

부모가 무엇을 중요하게 바라보는지는 말보다 강한 교육이 됩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더가 매출 숫자만 바라보면 직원들도 숫자에만 집중합니다. 고객의 불편이나 직원의 어려움은 보이지 않게 됩니다.

반대로 리더가 고객의 경험과 구성원의 의견을 실제로 바라보고 질문하면 조직도 그 방향을 따라갑니다.

사람들은 리더가 하라고 말하는 것보다 리더가 실제로 무엇을 바라보고 관심을 두는지를 따라갑니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라는 질문의 위험

 

어른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상대방이 “네”라고 대답하면 소통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정말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직원이 상사의 지시를 듣고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방 좀 치워”라고 말했을 때 부모가 생각하는 정리와 아이가 생각하는 정리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부모는 장난감을 상자에 종류별로 넣고 책을 책장에 꽂는 것을 생각합니다. 아이는 바닥에 있는 물건만 침대 위에 올려놓으면 정리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부모는 화를 냅니다.

“내가 방 치우라고 했잖아!”

아이는 억울합니다.

“치웠는데?”

같은 말을 들었지만 서로 다른 장면을 떠올린 것입니다.

소통을 잘하려면 이해했느냐고 묻는 것에서 멈추면 안 됩니다.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네가 한번 말해 볼래?”

“우리가 생각한 정리가 같은지 같이 확인해 보자.”

상대방이 이해한 내용을 다시 표현하게 해야 합니다.

소통은 내가 말을 했다는 사실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머릿속에 어떤 의미로 도착했는지 확인해야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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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는 능력

 

아이는 성장하면서 중요한 능력을 배우게 됩니다.

다른 사람도 나와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친구도 당연히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아이가 점차 친구는 다른 것을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합니다.

자신은 장난이었다고 생각해도 친구는 기분이 나쁠 수 있다는 것도 배웁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의 별명을 부르며 웃었습니다.

“나는 그냥 재미있어서 그런 거야.”

아이는 자신의 의도만 생각합니다.

이때 어른이 “친구가 싫다고 했잖아. 하지 마”라고 명령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친구의 관점에서 생각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네가 친구라면 여러 사람 앞에서 그 별명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친구 얼굴이 어떻게 변했어?”

“친구가 웃고 있었니, 아니면 표정이 굳었니?”

아이는 당시 친구의 표정을 떠올려 봅니다.

“조금 화난 것 같았어.”

이제 아이는 자신의 재미와 친구의 감정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공감은 “친구 마음을 생각해야지”라는 말을 외운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사건을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 다시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자랍니다.

 

자신의 생각을 밖에서 바라보는 메타인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려면 먼저 자신의 생각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전부일까?’

‘내 판단이 틀릴 수도 있을까?’

‘상대방은 이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지 않을까?’

이렇게 자기 생각을 다시 살펴보는 능력을 메타인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타인지가 높다는 것은 모든 것을 많이 안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입니다.

공부할 때도 중요합니다.

책을 한 번 읽고 “다 알아”라고 생각하는 아이보다, 어떤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알고 다시 확인하는 아이가 더 잘 배울 수 있습니다.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분명하게 설명했어”라고 확신하는 사람보다 “혹시 내 설명이 부족했을까?”라고 점검하는 사람이 더 잘 소통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화를 낸 뒤에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말을 안 들은 것일까, 아니면 내가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일까?’

‘아이가 일부러 그런 것일까, 아니면 방법을 몰랐던 것일까?’

‘지금 나는 아이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난 것일까, 회사에서 힘들었던 감정을 아이에게 풀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감정과 판단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면 곧바로 화를 내는 대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성공할수록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어려워질 수 있다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오랫동안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판단을 더 강하게 믿게 됩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내린 선택이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말이 끝나기 전에 결론을 내리기 쉽습니다.

“내가 해 봐서 알아.”

“그 방법은 안 돼.”

“젊어서 잘 모르나 본데.”

이런 말이 반복되면 주변 사람들은 더 이상 의견을 내지 않습니다.

회의 시간에 리더만 계속 말하고 직원들은 고개만 끄덕입니다. 회의가 끝난 뒤 직원들은 복도에서 다시 이야기합니다.

“도대체 뭘 하라는 거야?”

“괜히 말했다가 혼날 것 같아서 아무 말도 안 했어.”

회의에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고 해서 함께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의 말을 여러 사람이 들었을 뿐입니다.

좋은 리더는 가장 많이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말할 수 있도록 순서를 내어 주는 사람입니다.

“내 생각은 이렇지만 여러분은 어떻게 봅니까?”

“내가 놓친 부분이 있습니까?”

“반대 의견도 괜찮으니 이야기해 주세요.”

그리고 누군가가 말할 때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야 합니다.

말할 기회를 주는 척하면서 첫 문장부터 반박한다면 다음부터 누구도 의견을 내지 않을 것입니다.

가정의 부모도 작은 조직의 리더와 비슷합니다.

가족회의를 하면서 부모가 결론을 모두 정해 놓고 아이에게 동의만 요구한다면 그것은 대화가 아닙니다.

아이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할 기회는 주어야 합니다.

 

회의가 길다는 것은 설명이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회의가 길어지는 이유를 직원들이 말을 많이 해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더의 생각이 구성원에게 정확하게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리더는 이미 자신의 머릿속에 전체 그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업의 배경과 목표, 지금까지 있었던 일과 앞으로의 계획이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직원은 그중 일부만 알고 있습니다.

리더가 짧게 말합니다.

“이번에는 고객 중심으로 완전히 바꿉시다.”

리더에게는 분명한 말이지만 직원들은 서로 다르게 해석합니다.

누군가는 상담 시간을 늘리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누군가는 상품을 바꾸라는 의미로 생각하며, 누군가는 광고 문구를 수정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입니다.

리더는 답답해합니다.

“왜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

하지만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배경을 상대방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가정에서도 비슷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학교 갈 준비해”라고 말합니다.

부모의 머릿속에는 세수하기, 옷 입기, 아침 먹기, 가방 챙기기, 물병 넣기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옷만 갈아입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때 “그것도 몰라?”라고 화내기보다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나누어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게 당연한 것이 상대방에게도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소통의 문제가 시작됩니다.

 

아이가 알아야 할 대화의 기본

 

아이들이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면 서로 같은 말을 반복할 때가 많습니다.

“내가 먼저 했어!”

“아니야, 내가 먼저 했어!”

“내 말 좀 들어!”

두 아이 모두 자기 말을 하고 싶지만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습니다.

이럴 때 어른이 누가 옳은지 곧바로 판정해 주기보다 차례를 정해 줄 수 있습니다.

“먼저 쪼꼬미가 이야기하고, 그동안 친구는 끼어들지 않고 들어 보자. 그다음에는 친구가 이야기하고 쪼꼬미가 듣는 거야.”

상대방의 말을 들은 뒤에는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말해 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친구가 왜 속상했다고 했지?”

“내가 블록을 가져가서 속상했다고 했어.”

이제 아이는 처음으로 친구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대화의 기본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말할 때 중간에 끼어들지 않는 것, 잘 이해하지 못했으면 다시 묻는 것,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어른이 먼저 보여 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남의 말을 끊으면 안 돼”라고 가르치면서 부모는 아이의 말을 자주 끊을 수 있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숙제부터 해.”

“친구가 나한테…….”

“싸우지 말라고 했지?”

아이의 이야기는 늘 어른의 판단과 지시로 끝납니다.

아이는 말로 배운 규칙보다 자신이 경험한 대화 방식을 더 쉽게 따라 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으면 아이도 다른 사람의 말을 기다리는 법을 배웁니다.

부모가 잘못 이해했을 때 “아빠가 네 말을 다르게 이해했구나. 다시 말해 줄래?”라고 하면 아이도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음을 배웁니다.

부모가 “아빠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네 생각도 듣고 싶어”라고 말하면 아이는 서로 다른 의견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소통은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예절이기 전에 어른이 보여 주어야 할 태도입니다.

 

인간다운 소통은 기다림에서 시작된다

 

빠르게 대답하고 정답을 찾는 일은 기술이 점점 더 잘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말을 찾는 동안 기다려 주고, 표정이 달라지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같은 대상을 바라보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발견하는 일은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집니다.

인간다운 대화는 속도가 빠른 대화가 아닙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 주는 대화입니다.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보다 함께 더 나은 생각을 만들어 가는 대화입니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라고 확인하는 대신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내가 설명한 것을 어떻게 이해했어?”

“네 생각은 나와 어떤 점이 달라?”

“내가 놓친 것이 있을까?”

“조금 더 이야기해 줄래?”

그리고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는 다음에 할 말을 준비하지 않고 그 말을 듣는 것입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귀를 잘 내어 주는 사람이 소통을 잘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보다 자기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기억해야 합니다.

대화의 목적은 내가 마지막 말을 차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생각을 꺼내 놓고,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며, 혼자서는 만들 수 없었던 새로운 생각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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