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열심히 살아도 허전할까? 내 삶에 ‘취향’이 필요한 이유

열심히 살았는데도 마음이 허전할 때가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었습니다.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해냈고, 남들이 괜찮다고 말하는 삶의 조건도 어느 정도 갖췄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내가 정말 원해서 선택한 것은 무엇이지?”
“지금 사는 방식이 정말 내 삶일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사람이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취향은 비싼 물건을 알아보는 능력이나 유행에 밝은 감각이 아닙니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아는 능력입니다.
어떤 음악을 들을 때 마음이 편안한지, 어떤 책에 자꾸 손이 가는지, 어느 공간에 오래 머물고 싶은지,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취향이 없으면 삶의 선택권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학교를 선택하고,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직업을 찾고, 유행하는 옷을 입고, 유명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분명 내가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선택의 기준은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서 왔을 수 있습니다.
취향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좋아하는 음악이나 음식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 삶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거절할 것인지 판단할 자기 기준이 약하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남이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정답을 찾는 훈련을 받습니다.
학교에는 정해진 답이 있습니다. 시험에서는 출제자가 원하는 답을 찾아야 합니다. 회사에서는 상사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하고,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성공이라고 인정하는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이런 환경에 오래 있으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이걸 하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이 선택이 더 성공적으로 보일까?”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결국 남들이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유명한 전시회에 가지만 어떤 그림이 마음에 들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베스트셀러를 사지만 왜 읽고 싶은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행하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지만 그곳에서 무엇을 느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한 선택이 많아질수록 내 느낌은 뒤로 밀립니다.
좋은 것을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선택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면 겉으로는 부족한 것이 없어도 마음이 허전할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며 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바람직하다고 정해 놓은 것을 충실하게 수행하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우울함은 부족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생활이 안정됐다고 해서 반드시 마음까지 안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잠시 시간이 생겼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휴가를 얻었지만 어디로 가고 싶은지 모릅니다. 책과 음악을 추천받아도 자신에게 무엇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평생 다른 사람이 정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입시를 준비할 때는 대학이라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대학에서는 취업이 목표였습니다. 직장에서는 승진과 성과가 목표가 됩니다.
목표를 향해 달리는 동안에는 바쁩니다. 바쁘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외부에서 주어진 과제가 약해지면 허전함이 찾아옵니다.
“이제 무엇을 하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지?”
그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없는 사람은 쉽게 무기력해질 수 있습니다.
취향은 시간이 남을 때 하는 사소한 취미가 아닙니다.
삶의 방향을 정해 주는 내면의 기준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 사람은 모든 시간을 다른 사람의 평가로 채우지 않아도 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혼자 즐길 수 있고, 자신의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취향은 소비로 완성되지 않는다
취향이라는 말을 들으면 좋은 옷, 멋진 가구, 비싼 차, 유명한 음식점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돈을 많이 쓴다고 취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비싼 물건을 사는 것은 소비 능력일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자기 취향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유명한 사람이 사용하는 물건을 따라 사고, SNS에서 인기 있는 공간을 찾아가고, 남들이 좋다고 평가한 작품만 좋아한다면 여전히 선택 기준은 밖에 있습니다.
취향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내가 반복해서 선택하며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같은 커피를 마셔도 어떤 사람은 진한 맛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은 향이 부드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더 고급인지가 아닙니다.
내가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명한 고전을 읽었다는 사실보다 어느 문장에서 마음이 멈췄는지가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높게 평가하는 책이라도 나에게 맞지 않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가볍게 보는 책이 내 삶에는 깊은 의미를 줄 수도 있습니다.
취향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취향이란 남들이 인정한 좋은 것을 정확히 고르는 능력이 아니라, 나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 가는 능력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알려면 경험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는다고 해서 답이 곧바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이 질문 앞에서 막막한 사람이 많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머릿속으로만 고민해서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직접 보고, 듣고, 읽고, 만지고, 움직이며 경험해야 합니다.
그림을 여러 번 보아야 어떤 색과 표현에 마음이 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음악을 들어야 어떤 리듬과 목소리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여러 작가의 책을 읽어야 자신에게 맞는 문장과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행도 직접 해봐야 북적이는 도시를 좋아하는지, 조용한 자연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성된 취향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경험하고 선택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리고, 다시 선택하는 과정에서 취향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좋아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경험도 중요합니다.
전시회를 보고 별로였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유명한 책을 읽었지만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감동했다는 음악이 내게는 아무 느낌을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교양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자기 느낌을 확인한 것입니다.
“나는 이것보다 저것이 더 좋다.”
“이 분위기보다 다른 분위기가 편하다.”
“이 작가의 문장보다 저 작가의 문장이 내게 잘 맞는다.”
이렇게 선택하고 구별하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자기 기준이 생깁니다.
책에 줄을 긋는 것은 저자와 대화하는 일이다

영상에서는 책을 읽으며 줄을 긋고 메모하는 행위가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책을 깨끗하게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책장을 접거나 줄을 긋는 것을 책을 훼손하는 행동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에 밑줄을 긋고 생각을 적는 것은 저자의 문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방법입니다.
마음에 걸리는 문장에 표시하고, 동의하지 않는 내용 옆에 자신의 의견을 쓰고, 떠오른 경험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때 독서는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대화가 됩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합니다. 독자는 줄과 메모를 통해 반응합니다.
“이 말은 맞는 것 같다.”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이 문장을 읽으니 예전 일이 떠오른다.”
“지금은 이해되지 않지만 다시 생각해 보고 싶다.”
책에 남긴 기록은 저자와의 대화인 동시에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나누는 대화가 됩니다.
몇 년 뒤 같은 책을 다시 펼치면 예전에 표시한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때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장이 지금은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지나쳤던 문장이 새롭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책이 바뀐 것이 아닙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 달라진 것입니다.
삶의 경험과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같은 문장이 다르게 읽히는 것입니다.
삶의 맥락이 바뀌면 내가 달라진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 하나의 성격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디에서 생활하고, 무엇을 읽고 경험하는지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달라집니다.
삶의 맥락이 바뀌면 만나는 사람이 바뀝니다. 만나는 사람이 바뀌면 대화의 내용이 달라집니다. 대화가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새로운 삶을 원한다면 의지만으로 자신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자신을 둘러싼 맥락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이야기만 나누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분야의 책을 읽고, 평소 가지 않던 장소에 가고,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생각의 재료가 달라집니다.
김정운 교수 자신도 안정적인 교수 생활을 떠나 일본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이후 여수에 작업실을 마련하며 이전과 다른 삶의 맥락을 선택한 인물로 소개됩니다. 그의 저술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주체적 공간과 삶의 재구성이 중요한 주제로 나타납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사를 가거나 직장을 그만두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 삶을 구성하는 사람, 공간, 시간과 활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이유
다른 사람의 요구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중요합니다.
집 안의 작은 책상일 수 있고, 동네 카페의 한 자리일 수도 있습니다. 산책길이나 작업실처럼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장소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크기나 가격이 아닙니다.
그곳에서만큼은 다른 사람의 평가와 요구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무언가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김정운 교수는 자신의 책과 활동에서 독일어 ‘슈필라움’을 자주 설명해 왔습니다. 놀이를 뜻하는 ‘슈필’과 공간을 뜻하는 ‘라움’이 결합한 말로,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심리적인 여유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사람은 계속 다른 사람의 요구에 반응하게 됩니다.
회사에서는 업무에 반응하고, 집에서는 가족의 요구에 반응하며, 휴대전화에서는 끊임없이 들어오는 알림에 반응합니다.
반응만 하며 살다 보면 자신이 먼저 시작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주체적인 삶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시작하는 데서 만들어집니다.
SNS는 취향을 보여 주지만 빼앗기도 한다
SNS에서는 수많은 사람의 취향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옷을 입는지, 어디로 여행을 가는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어떤 책을 읽는지가 끊임없이 나타납니다.
다른 사람의 취향을 참고하며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선택을 너무 많이 보다 보면 자신의 느낌보다 타인의 반응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람들이 좋아할까?”
“이 책을 읽었다고 올리면 지적으로 보일까?”
“이 물건을 사면 나도 세련된 사람처럼 보일까?”
어떤 경험을 즐기는 것보다 그 경험을 어떻게 보여 줄지가 중요해집니다.
사진을 올리고 반응을 확인하는 동안, 정작 그 장소에서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는 놓칠 수 있습니다.
SNS의 ‘좋아요’ 숫자는 다른 사람의 반응을 빠르게 보여 줍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내게도 좋은 것은 아닙니다. 반응이 적다고 해서 내가 좋아한 경험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취향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반응을 참고하되 그것을 최종 판단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든 말든 나는 이것이 좋다.”
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비교와 경쟁이 취향을 없앤다
경쟁 중심의 환경에서는 모든 활동이 순위로 바뀌기 쉽습니다.
책을 읽으면 몇 권 읽었는지 비교합니다.
운동을 하면 기록과 순위를 비교합니다.
그림을 그리면 상을 받았는지 묻고, 악기를 배우면 어느 급수까지 올라갔는지 확인합니다.
좋아서 시작한 활동도 평가 대상이 되는 순간 부담이 됩니다.
취향은 자유롭게 선택하고 즐기는 경험에서 생기는데, 경쟁은 그 활동을 또 하나의 시험으로 바꿉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의 내용을 즐기기보다 독서 기록장을 채우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 독서는 숙제가 됩니다.
그림을 그린 뒤 “잘 그렸네”라는 평가만 듣는다면 아이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보다 어른이 잘 그렸다고 말할 만한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음악도 좋아하는 소리를 발견하는 활동이 아니라 콩쿠르 결과를 위한 연습으로만 남을 수 있습니다.
영상의 취지를 아이 교육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아이에게 다양한 활동을 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활동에서 아이 자신의 느낌과 선택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불편한지, 어떤 부분을 다시 해보고 싶은지를 스스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의 취향을 어른이 대신 정하지 말아야 한다
어른은 아이에게 좋은 것을 알려 주고 싶어 합니다.
좋은 책, 좋은 음악, 좋은 운동과 좋은 진로를 골라 주려 합니다.
하지만 어른이 모든 선택을 대신하면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갈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골라 준 책만 읽고, 부모가 선택한 학원에 다니며, 부모가 정한 일정대로 움직이면 겉으로는 많은 경험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이가 선택한 것은 거의 없을 수 있습니다.
취향은 선택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여러 권의 책 가운데 한 권을 고르고, 여러 색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색을 선택하고, 같은 음악을 듣고도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느껴봐야 합니다.
아이의 선택이 어른의 기준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유명한 동화책보다 자동차 도감을 더 좋아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보다 같은 동요를 반복해서 듣고 싶어 할 수도 있습니다. 비싼 장난감보다 길에서 주운 돌멩이를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어른에게는 사소해 보여도 아이에게는 자신의 세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그 선택을 무시하지 않을 때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더 분명하게 알게 됩니다.
“왜 좋아해?”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것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사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이가 선택한 것을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 책의 어떤 부분이 좋아?”
“이 그림에서는 무엇이 먼저 보여?”
“이 노래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어?”
“이 돌은 다른 돌과 무엇이 달라?”
이런 대화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느낌을 말로 표현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좋아”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관찰하고 말하다 보면 조금씩 구체적으로 설명하게 됩니다.
“여기 색이 밝아서 좋아.”
“이 자동차는 앞부분 모양이 달라.”
“이 노래는 빠르지만 목소리는 슬프게 들려.”
자기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취향은 더 분명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답을 평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건 별로인데.”
“더 좋은 것도 많은데 왜 그것을 좋아해?”
“그런 것을 좋아하면 안 돼.”
이런 반응을 들으면 아이는 자신의 느낌보다 어른이 원하는 답을 찾게 됩니다.
자신이 느낀 것을 존중받은 아이는 다른 사람의 취향도 쉽게 무시하지 않습니다.
교양은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자기 관점을 갖는 것이다
교양이라고 하면 많은 지식을 떠올립니다.
유명한 화가와 작품명을 알고, 클래식 음악의 작곡가를 맞히며, 어려운 책의 내용을 설명하면 교양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식을 많이 외우는 것만으로는 자기 생각이 생기지 않습니다.
작품에 관한 정보를 아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작품을 보고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어떤 그림 앞에서 오래 머물렀는지, 어떤 음악을 다시 듣고 싶은지, 어느 문장이 마음에 남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정운 교수의 설명에서 교양은 남에게 똑똑하게 보이기 위한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자기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과 연결됩니다.
다른 사람이 정해 놓은 해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 생각하는 것입니다.
책에 줄을 긋고 메모하는 행동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자의 말을 그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부딪쳐 보며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것은 저절로 깊어진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자연스럽게 시간을 씁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찾아보고, 차이를 구별하며, 관련된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는 차종과 로고를 구별합니다.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는 어른이 보기에는 비슷한 벌레의 차이를 알아봅니다.
지도에 관심 있는 아이는 나라와 도시의 위치를 반복해서 확인합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는 색과 선의 차이를 자세히 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심처럼 보이지만 오래 지속되면 지식과 관점이 됩니다.
취향이 공부와 반대되는 것은 아닙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더 자세히 보고, 더 오래 집중하며, 스스로 질문하게 됩니다.
누가 시험을 보지 않아도 배우게 됩니다.
영상의 주장을 아이 교육에 연결하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도록 돕는 일은 단순히 즐겁게 해주는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 배우는 힘을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부모에게도 자기 취향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자기 취향을 찾으라고 말하면서 부모 자신은 아무것도 즐기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좋아했던 것을 모두 포기하고, 남는 시간에는 휴대전화만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말보다 부모가 사는 방식을 봅니다.
부모가 책을 읽으며 어떤 문장에 감탄하고, 음악을 찾아 들으며 즐거워하고, 산책 중에 나무와 하늘을 자세히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 아이는 좋아하는 것이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알게 됩니다.
거창한 취미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래된 노래를 듣는 것, 화분을 돌보는 것, 사진을 찍는 것, 음식을 만드는 것, 특정 분야의 책을 모으는 것도 취향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즐거움을 아는 어른은 아이의 즐거움도 성적과 효율만으로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취향은 삶을 선택하는 힘이다
취향을 가진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야 하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삶의 모든 선택을 외부 기준에 맡길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사람과 가까이 지낼지, 어떤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지, 무엇을 읽고 들을지, 남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조금씩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이 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필요하지 않은 것을 거절하기도 쉬워집니다.
남들이 모두 좋다고 해도 나에게 맞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면 계속할 수 있습니다.
취향은 단순한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주도권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아이에게 물어야 할 것은 점수만이 아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잘하는지 묻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함께 물어야 합니다.
잘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평가해야 확인할 때가 많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자신이 느낄 수 있습니다.
“친구보다 잘했어?”보다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어?”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상 받았어?”보다 “다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야?”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공부에 도움이 돼?”보다 “왜 그것을 좋아해?”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답을 찾는 대신 자신의 느낌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아이에게 자기 취향이 생기려면 선택할 기회와 말할 기회가 필요합니다.
어른과 다른 선택을 해도 무시당하지 않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내 인생에서 좋아하는 것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
사람은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만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직장인, 부모, 자녀, 배우자라는 역할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한 사람의 전부는 아닙니다.
회사 이름과 직함이 사라져도 자신에게 남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즐길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 칭찬하지 않아도 계속하고 싶은 일이 있어야 합니다.
김정운 교수가 말하는 주체적인 삶은 거창한 성공을 뜻하지 않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시간과 공간을 조금씩 다시 구성하는 삶입니다.
책에 줄을 긋고 내 생각을 적는 일, 마음에 드는 그림을 오래 바라보는 일, 좋아하는 음악을 반복해 듣는 일도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정확히 따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실제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취향은 어느 날 갑자기 발견되는 완성된 답이 아닙니다.
경험하고, 선택하고, 기록하고, 다시 선택하면서 만들어집니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필요한 것은 남보다 더 좋은 취향이 아닙니다.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자기만의 취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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